희망
꽃술이 바람에 고갯짓하고
숲들 사뭇 우짖습니다
숲들 사뭇 우짖습니다
그대가 오신다는 기별만 같아
치맛자락 풀덤불에 걸키며
그대를 맞으러 나왔습니다
내 낭자에 산호잠 하나 못 꽂고
실안개 도는 갑사치마도 못 걸친 채
그대 황홀히 나를 맞아주겠거니--
오신다는 길가에 나왔습니다
저 산말낭에 그대가 금시 나타날 것만 같습니다
녹음 사이 당신의 말굽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내 가슴이 왜 갑자기 설렙니까
꽃다발을 샘물에 축이며 축이며
산마루를 쳐다보고 또 쳐다봅니다
산마루를 쳐다보고 또 쳐다봅니다
호외
큰불이라도 나라 폭탄사건이라도 생겨라
외근에서 들어오는 전화가
非常 하기를 바라는 젊은 편집자
그는 잔인한 인간이 아니다
저도 모르게 되어진 슬픈 기계다
그 불이 방화가 아니라 보고될 때
젊은이의 마음은 서운했다
화필이 재빠르게 미끄러진다
잠바-노타이-루바쉬카의 청년-청년-
싱싱하고 미끈한 樣들이
해군복이라도 입히고 싶은 맵시다
젊은이의 마음은 서운했다
화필이 재빠르게 미끄러진다
잠바-노타이-루바쉬카의 청년-청년-
싱싱하고 미끈한 樣들이
해군복이라도 입히고 싶은 맵시다
오늘은 또 저 붓끝이 몇 사람을 찔렀느냐
젊은이 手記에 참회가 있는 날
그날은 그날은 무서운 날일지도 모른다
향수
오월의 낮車가
배추꽃이 노오란 마을을 지나면
문득
'싱아'를 캐던 고향이 그리워
타관의 산을 보며
마음은
서쪽 하늘의 구름을 따른다
마음은
서쪽 하늘의 구름을 따른다
한정
헌털배로 벌거숭이 몸을 가린 내인들이
지친 인어처럼 늘어졌다
하나같이 낡은 한정 두께가
거렁뱅이들을 만들어놨다
熔爐같이 뻘 - 겋게 단 한정 안은
불지옥엘 온 것 같다
무덤 속도 같다
숨이 턱턱 막히는데
어느 구석에선
'감내기'를 명주실처럼 뽑아낸다
나는
뻘건 天井이 대자꾸
무서워진다
夏日山中
보리이삭들이 바람에 물결칠 때마다
어느 밭고랑에서
종다리가 포루룽 하늘로 오를 것 같다
논도랑을 건너고 밭머리를 휘돌아
東九陵 가는 길을 물으며 물으며 차츰
산속으로 드는 낮은 그림 속의 仙人처럼
내가 맑고 한가하다
낮이 기운 산중에서 꿩소리를 듣는다
당홍댕기를 칠칠 끄는
처녀 같은 맵시의 꿩을 찾다보면 철쭉꽃이
불그레하게 펴 있다
초록물이 뚝뚝 듣는 나무들이
그늘진 곳에 활나물 대나물 미일 때를 보며
-- 나는 배암이 무서워
칡순을 따 머리에 꽂던 일이며
파아란 가랑잎에 무룻을 받아먹던 일이며
도토리에 콩가루를
발라먹던 산골얘기를 생각해 낸다
어디서 꿩알을 얻을 것 같은 산속
'淑'는 산나물 꺾는 게 좋고
난 '송충'이가 무섭고--
한치도 못 되는 벌레에게 다닥드릴 때마다
이처럼 질겁을 해 번번이 못난이짓을 함은
진정 병신성스러우렷다
솔밭을 헤어나 첫째 능에 절하고 들어 전다 우에 다리를 쉰다
천년묵은 여우라도 나올 성부른 태고 적 조용한 낮
내가 잠깐 현기를 느낀다
솔밭을 헤어나 첫째 능에 절하고 들어 전다 우에 다리를 쉰다
천년묵은 여우라도 나올 성부른 태고 적 조용한 낮
내가 잠깐 현기를 느낀다
푸른 오월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우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우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구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기인 담을 끼고 외따른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혼잎나물 적갈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나의 태양이여
포구의 밤
마술사 같은 어둠이 꿈틀거리며
무거운 걸음새로 기어드니
찌푸린 하늘엔 별조차 안 보이고
바닷가 헤매는 물새의 울음소리
엄마 찾는 듯 … 내 애를 끊네
한가람 淸風 물 위를 스치고 가니
기슭에 나룻배엔 등불만 조을고
사공의 노랫가락 마디마디 구슬퍼
호수같이 고요하던 마음바다에 잔물살 이니
한 때의 옛 곡조 다시 떠도네
이 바다 물결에 내 노래 띄워 ―
그 물결 닿는 곳마다 펼쳐나보리
바위에 부딪치는 구원의 물소리
내 그윽한 느낌이 눈감고 듣노니
馬山浦의 밤은 말없이 깊어만 가는데---
馬山浦의 밤은 말없이 깊어만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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