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들녘 비탈진 언덕에 늬가 없었던들
가을은 얼마나 쓸쓸했으랴
아무도 너를 여왕이라 부르지 않건만
봄의 화려한 동산을 사양하고
이름도 모를 풀 틈에 섞여
외로운 계절을 홀로 지키는 빈들의 색시여
갈꽃보다 부드러운 네 마음 사랑스러워
거칠은 들녘에 함부로 두고 싶지 않았다
한아름 고이 안고 돌아와
화병에 너를 옮겨놓고
거기서 맘대로 자라라 빌었더니
들에 보던 그 생기 나날이 잃어지고
뉘우침에 떨리는 미련한 손은 이제
시들고 마른 너를 다시 안고
푸른 하늘 시원한 언덕 아래
묻어주려 나왔다
들국화야!
저기 늬 푸른 천정이 있다
여기 의 포근한 갈꽃 방석이 있다
同氣
언니와
밤을 밝히던 새벽은
'聖赦'를 받는 것 같다
내 야원 뺨엔 눈물이 비 오듯 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이 뜨거워 --
언니가 보고지워 떠나가는 날은
천릿길을 주름잡아 먼 줄을 몰라
오늘도 남쪽에서 온 기인 편지
읽고 읽으면 구슬픈 사연들
'불이나 뜨뜻이 때고 있는지
외따로 너를 혼자 두고
바람에 유리문들이 우는 밤엔 잠이 안 온다'
두루마지를 잡은 채
눈물이 피잉 돌았다
동경
내마음은 늘 타고 있소
무엇을 향해선가-
돌아오는 길
차마 못 봐 돌아서오며 듣는 기차소리는
한나절 산골의 당나귀 울음보다 더 처량했다
포도 우에 소리없이 밤안개가 어린다
마음속엔 고삐 놓은 슬픔이 딩군다
먼 - 한길에 걸음이 안 걸려
몸은 땅속에 잦아들 것만 같구나
거리의 플라타너스도 눈물겨운 밤
일부러 六曺 앞 먼 길로 돌았다
길바닥엔 장미꽃이 피었다 - 사라졌다 - 다시 핀다
海底의 소리를 누가 들은 적이 있다더냐
독백
밤은 언제부터인지 안식의 시간이 못 되어
눈을 뜨고 -
올빼미처럼 눈을 뜨고 깨어 있는 밤
시계소리를 듣기에도 성가신
해초와도 같이 후줄근해진 영혼이여
별도 이제 내 친구는 못되고
풀 한 포기 나지 못한 허허벌판에서
전투기의 공중선회적 현기증
대합실
막차가 떠난 뒤
대합실엔 종이쪽만 날으고
거지아이도 잠이 드나본데
생판 모르는 얼굴이 내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적소리 산과 마을을 울리며
시간표에도 없는 차시간을
사람들은 지금 기다리고 있다
피곤과 시장기와 외로움까지 두르고 앉아
눈을 감고 기다리는 사람들
목메어 소리치며 부를 그 사람은
언제나 온다는 것이냐
탑 위의 시계는 얼굴을 가리고
아무도 지금 몇시인지 알 수가 없다
당신을 위해
장미모양
으스러지게 곱게 되는 사랑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죠?
감히 손에 손을 잡을 수도 없고
속삭이기에는 좋은 나이에 열없고
그래서 눈은 하늘만을 쳐다보면
얘기는 우정 딴 데로 빗나가고
차디찬 몸짓으로 뜨거운 맘을 감추는
이런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죠
행여 이런 마음 알지 않을까 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그가 모르기를 바라며
말없이 지나가려는 여인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죠
들녘 비탈진 언덕에 늬가 없었던들
가을은 얼마나 쓸쓸했으랴
아무도 너를 여왕이라 부르지 않건만
봄의 화려한 동산을 사양하고
이름도 모를 풀 틈에 섞여
외로운 계절을 홀로 지키는 빈들의 색시여
갈꽃보다 부드러운 네 마음 사랑스러워
거칠은 들녘에 함부로 두고 싶지 않았다
한아름 고이 안고 돌아와
화병에 너를 옮겨놓고
거기서 맘대로 자라라 빌었더니
들에 보던 그 생기 나날이 잃어지고
웃음 걷는 네 얼굴은 수그러져
빛나던 모양은 한잎 두잎 두병 병들어갔다
아침마다 병이 넘는 맑은 물도
들녘의 한 방울 이슬만 못하더냐
너는 끝내 거칠은 들녘 정든 흙냄새 속에
맘대로 퍼지고 멋대로 자랐어야 할 것을 -
빛나던 모양은 한잎 두잎 두병 병들어갔다
아침마다 병이 넘는 맑은 물도
들녘의 한 방울 이슬만 못하더냐
너는 끝내 거칠은 들녘 정든 흙냄새 속에
맘대로 퍼지고 멋대로 자랐어야 할 것을 -
뉘우침에 떨리는 미련한 손은 이제
시들고 마른 너를 다시 안고
푸른 하늘 시원한 언덕 아래
묻어주려 나왔다
들국화야!
저기 늬 푸른 천정이 있다
여기 의 포근한 갈꽃 방석이 있다
同氣
언니와
밤을 밝히던 새벽은
'聖赦'를 받는 것 같다
내 야원 뺨엔 눈물이 비 오듯 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이 뜨거워 --
언니가 보고지워 떠나가는 날은
천릿길을 주름잡아 먼 줄을 몰라
감나무 집집이 빠알간 남쪽
말들이 거세어 異邦도 같건만
언니가 산대서
그곳은 늘상 마음이 그리운 곳---
말들이 거세어 異邦도 같건만
언니가 산대서
그곳은 늘상 마음이 그리운 곳---
오늘도 남쪽에서 온 기인 편지
읽고 읽으면 구슬픈 사연들
'불이나 뜨뜻이 때고 있는지
외따로 너를 혼자 두고
바람에 유리문들이 우는 밤엔 잠이 안 온다'
두루마지를 잡은 채
눈물이 피잉 돌았다
동경
내마음은 늘 타고 있소
무엇을 향해선가-
아득한 곳에 손을 휘저어보오
발과 손이 매여 있음도 잊고
나는 숨가삐 허덕여보오
발과 손이 매여 있음도 잊고
나는 숨가삐 허덕여보오
일찍이 그는 피리를 불었소
피리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나는 몰라
예서 난다지...... 제서 난다지......
피리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나는 몰라
예서 난다지...... 제서 난다지......
어디엔지 내가 갈 수 있는 곳인지도 몰라
허나 아득한 저곳에
무엇이 있는 것만 같애
내 마음은 그칠 줄 모르고 타고 또 타오
허나 아득한 저곳에
무엇이 있는 것만 같애
내 마음은 그칠 줄 모르고 타고 또 타오
돌아오는 길
차마 못 봐 돌아서오며 듣는 기차소리는
한나절 산골의 당나귀 울음보다 더 처량했다
포도 우에 소리없이 밤안개가 어린다
마음속엔 고삐 놓은 슬픔이 딩군다
먼 - 한길에 걸음이 안 걸려
몸은 땅속에 잦아들 것만 같구나
거리의 플라타너스도 눈물겨운 밤
일부러 六曺 앞 먼 길로 돌았다
길바닥엔 장미꽃이 피었다 - 사라졌다 - 다시 핀다
海底의 소리를 누가 들은 적이 있다더냐
독백
밤은 언제부터인지 안식의 시간이 못 되어
눈을 뜨고 -
올빼미처럼 눈을 뜨고 깨어 있는 밤
시계소리를 듣기에도 성가신
해초와도 같이 후줄근해진 영혼이여
샨데리아 밑이 어두워서
나는 내 소중한 열쇠를 못 찾고
손수건같이 꾸겨진 오늘을 응시하며
한밤중 올빼미모양 일어나 앉아
낙하산의 현기증을 느낀다
무도회는 언제나 지쳐서들 쓰러질 것이냐
나는 내 소중한 열쇠를 못 찾고
손수건같이 꾸겨진 오늘을 응시하며
한밤중 올빼미모양 일어나 앉아
낙하산의 현기증을 느낀다
무도회는 언제나 지쳐서들 쓰러질 것이냐
꿈속에서모양 나는 맥아리가 하나도 없고
해감 속에서
한 발자욱도 옮겨놔지지가 않는다
해감 속에서
한 발자욱도 옮겨놔지지가 않는다
별도 이제 내 친구는 못되고
풀 한 포기 나지 못한 허허벌판에서
전투기의 공중선회적 현기증
장미빛 새벽은 멀다치고
대합실
막차가 떠난 뒤
대합실엔 종이쪽만 날으고
거지아이도 잠이 드나본데
시간표에도 없는 차시간을
사람들은 지금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지금 기다리고 있다
생판 모르는 얼굴이 내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적소리 산과 마을을 울리며
어느 바람 센 광야를 건너는 것이뇨
우랄타이 보석모양 너를 찾는 눈들이
번쩍거리고, 지리한 낮과 밤이 연륜처럼 서린
곳에 마지막 보람이 있으려 함이뇨
우랄타이 보석모양 너를 찾는 눈들이
번쩍거리고, 지리한 낮과 밤이 연륜처럼 서린
곳에 마지막 보람이 있으려 함이뇨
시간표에도 없는 차시간을
사람들은 지금 기다리고 있다
피곤과 시장기와 외로움까지 두르고 앉아
눈을 감고 기다리는 사람들
목메어 소리치며 부를 그 사람은
언제나 온다는 것이냐
탑 위의 시계는 얼굴을 가리고
아무도 지금 몇시인지 알 수가 없다
당신을 위해
장미모양
으스러지게 곱게 되는 사랑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죠?
감히 손에 손을 잡을 수도 없고
속삭이기에는 좋은 나이에 열없고
그래서 눈은 하늘만을 쳐다보면
얘기는 우정 딴 데로 빗나가고
차디찬 몸짓으로 뜨거운 맘을 감추는
이런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죠
행여 이런 마음 알지 않을까 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그가 모르기를 바라며
말없이 지나가려는 여인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죠
묘지
이른 아침 黃菊을 안고
산소를 �은 것은
가랑잎이 빨-가니 단풍 드는 때였다
이 길을 간 채 그만 돌아오지 않는 너
슬프기보다는 아픈 가슴이여
흰 팻목들이
서러운 악보처럼 널려 있고
이따금 빈 우차가 덜덜대며 지나는 호젓한 곳
황혼이 무서운 어두움을 뿌리면
내 안에 피어오르는
산모퉁이 한 개 무덤
비애가 꽃잎처럼 휘날린다
비애가 꽃잎처럼 휘날린다
驀進
「호산나」를 부르는 사람들
길바닥은 군중들의 던진 장미로 어지럽다
말 탄 용사들의 다문 입엔
정중한 웃음이 떠돈다
그들에게는 「어제」의 장한 싸움이 있다
귀한 땀이 있다
아픔을 참는 데 순교자와 같은 거룩함이 있다
모래알만한 불의에도 화차처럼 달린다 - 부순다
의로운 싸움을 해야만 할
그들에겐 숙명이 있다
의로운 싸움을 해야만 할
그들에겐 숙명이 있다
「앞으로! 앞으로!」의 군호가 서리 같다
행군들은 일제히 다가선다
행군들은 일제히 다가선다
심혈로 새긴 「어제」가 있다
지붕을 흔드는 천사와 꽃다발이 「오늘」에 있다
그러나 「내일」을 위해 또 말을 몬다 - 달린다
망향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
아이들이 한울타리 따는 길머리론
鶴林寺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
등잔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글레山에 올라 무릇을 캐고
접중화 싱아 뻑꾹새 장구채 범부채 마주재 기룩이
도라지 체니곰방대 곰취 참두릅 개두릅을 뜯던 소녀들은
말끝마다 '꽈' 소리를 찾고
개암쌀을 까며 소녀들은
금방맹이 놓고 간 도깨비 얘길 즐겼다
목사가 없는 교회당
회당지기 전도사가 講道상을 치며 설교하던 村
그 마을이 문득 그리워
아프리카서 온 班馬처럼 향수에 잠기는 날이 있다
언제든 가리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모밀꽃이 하아얗게 피는 곳
조밥과 수수엿이 맛있는 마을
나뭇짐에 함박꽃을 꺾어오던 총각들
서울 구경이 소원이더니
차를 타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겠네
조밥과 수수엿이 맛있는 마을
나뭇짐에 함박꽃을 꺾어오던 총각들
서울 구경이 소원이더니
차를 타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겠네
꿈이면 보는 낯익은 동리
우거진 덤불(叢)에서
찔레순을 꺾다 나면 꿈이었다
말 않고 가려오
말보다 아름다운 것으로 내 창을 두드려놓고
무거운 침묵 속에 괴로워 허덕이는
인습의 약한 아들을 내 보건만
생명이 다하는 저 언덕까지 깨지 못할 꿈이라기
나는 못본 체 그저 가려오
호젓한 산길 외롭게 떨며 온 나그네
아늑한 동산에 들어 쉬라 하니
이 몸이 찢겨 피 흐르기로
그 길이 험하다 사양했으리----
「생」의 고적한 거리서 그대 날 불렀건만
내 다리 떨렸음은----
땅 우의 가시밭도 연옥의 불길도 다 아니었소
말없이 희생될 순한 양 한 마리
....다만 그것뿐이었소.....
위대한 아픔과 참음이 그늘지는 곳
영원한 생명이 깃들일 수 있나니
그대가 낳아준 푸른 가락 고운 실로
내 꿈길에 수놓아가며 나는 말 않고 그저 가오
못 본체 그냥 가려오----
만추
가을은 마차를 타고 달아나는 신부
그는 온갖 화려한 것을 다 거두어가지고 갑니다
그래서 하늘은 더 아름다워 보이고
대기는 한층 밝아 보입니다
한금 한금 넘어가는 황혼의 햇살은
어쩌면 저렇게 진줏빛을 했습니까
가을 하늘은 밝은 호수
여기다 낯을 씻고 이제사 정신이 났습니다
은하와 북두칠성이 맑게 보입니다
비인 들을 달리는 바람소리가
왜 저처럼 요란합니까
우리에게서 무엇을 앗아가지고
가는 것이 아닐까요
만월대
풀 헤쳐 길을 내며 비탈을 기어올라
님 계시던 궁터거니 절하고 굽혀들 제
주춧돌 그 자리에 잡초가 어인 일고
오백 년 옛 소식을 어느 곳에 들으리오
오르고 나리실 제 밟으시던 그 돌층대
마른풀 우는 소리 낙엽마저 쌓였구나
오르고 나리실 제 밟으시던 그 돌층대
마른풀 우는 소리 낙엽마저 쌓였구나
가을도 저문 날에 만월대 지나던 손
풀이라 울어볼까 낙엽이라 앉아볼까
礎石이 말없으되 발 못 돌려 하노라
輓歌
일찍이 걷던 거리엔 그날처럼 사슴이 오고-- 가고--
모퉁이 약국집 새장의 라빈도 우는데--
이 거리로 오늘은 喪輿가 한 채 지나갑니다
요령을 흔들며 조용히 지나는 데 낯익은 거리들--
엄숙히 드리운 검은 포장 속엔
벌써 시체된 그대가 냄새납니다
그대 상여 머리에 옛날을 기념하려
흰 장미와 백합을 가드윽히 얹어
향기로 내 이제 그대의 추기를 고이 싸려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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