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쟎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자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바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 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아주 헐벗은 나의 뮤-즈는
한번도 기야 싶은 날이 없어
사뭇 밤만을 왕자처럼 누려 왔소

아무것도 없는 주제였만도
모든 것이 제것인 듯 뻐틔는 멋이야
그냥 인드라의 영토를 날라도 단인다오  

고향은 어데라 물어도 말은 않지만
처음은 정녕 북해안 매운 바람속에 자라
대곤(大鯤)을 타고 단였단 것이 일생의 자랑이죠

계집을 사랑커든 수염이 너무 주체스럽다도
취(醉)하면 행랑 뒤ㅅ골목을 돌아서 단이며
복보다 크고 흰 귀를 자조 망토로 가리오

그러나 나와는 몇 천 겁(劫) 동안이나
바루 비취가 녹아 나는듯한 돌샘ㅅ가에
향연이 벌어지면 부르는 노래란 목청이 외골수요

밤도 시진하고 닭소래 들릴 때면
그만 그는 별 계단을 성큼성큼 올러가고
나는 초ㅅ불도 꺼져 백합꽃 밭에 옷깃이 젓도록 잤소

 

 




모든 별들이 비취계단을 나리고 풍악소래 바루 조수처럼 부푸러 오르던 그밤 우리는 바다의 전당을 떠났다.

가을 꽃을 하직하는 나비모냥 떨어져선 다시 가까이 되돌아 보곤 또 멀어지던 흰 날개우엔 볕ㅅ살도 따겁 더라

머나먼 기억은 끝없는 나그네의 시름속에 자라나는 너를 간직하고 너도 나를 아껴 항상 단조한 물껼에 익었다

그러나 물껼은 흔들려 끝끝내 보이지 않고 나조차 계절 풍의 넋이 가치 휩쓸려 정치못 일곱 바다에 밀렸거늘

너는 무삼 일로 사막의 공주같아 연지찍은 붉은 입술을 내 근심에 표백된 돛대에 거느뇨 오-안타까운 신월(新月)

때론 너를 불러 꿈마다 눈덮인 내 섬속 투명한 영락(玲珞) 으로 세운 집안에 머리 푼 알몸을 황금 항쇄 족쇄로 매여 두고

귓밤에 우는 구슬과 사슬 끊는 소리 들으며 나는 일흠 도 모를 꽃밭에 물을 뿌리며 먼 다음 날을 빌었더니

꽃들이 피면 향기에 취한 나는 잠든 틈을 타 너는 온갖 화판(花瓣)을 따서 날개를 붙이고 그만 어데로 날러 갔 더냐

지금 놀이 나려 선창(船窓)이 고향의 하늘보다 둥글거늘 검은 망토를 두르기는 지나간 세기의 상장(喪章)같애 슬프지 않은가

차라리 그 고은 손에 흰 수건을 날리렴 허무의 분수령에 앞날의 기(旗)빨을 걸고 너와 나와는 또 흐르자 부끄럽게 흐르자

 

 




쟁반에 먹물을 담아 비쳐본 어린날
불개는 그만 하나밖에 없는 내 날을 먹었다

날과 땅이 한줄우에 돈다는 고 순간만이라도
차라리 헛말이기를 밤마다 정녕 빌어도 보았다

마침내 가슴은 동굴보다 어두워 설래인고녀
다만 한봉오리 피려는 장미 벌레가 좀치렸다

그래서 더 예쁘고 진정 덧없지 아니하냐
또 어데 다른 하날을 얻어
이슬 젖은 별빛에 가꾸련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 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구름의 백작부인


향수(鄕愁)에 철나면 눈섶이 기난이요
바다랑 바람이랑 그 사이 태여 났고
나라마다 어진 풍속 자랐겠죠

짓푸른 깁장을 나서면 그 몸매
하이얀 깃옷은 휘둘러 눈부시고
정녕 왈쓰라도 추실란가봐요

햇살같이 펼쳐진 부채는 감춰도
도톰한 손껼 교소(驕笑)를 가루어서
공주의 홀(笏)보다 깨끗이 떨리요

언제나 모듬에 지쳐서 돌아오면
꽃다발 향기조차 기억만 새로워라
찬젓때 소리에다 옷끈을 흘려보내고
촛불처럼 타오르는 가슴속 사념은
진정 누구를 애끼시는 속죄(贖罪)라오
발아래 가득히 황혼이 나우리치오

달빛은 서늘한 원주(圓柱)아래 듭시면
장미(薔薇)쪄 이고 장미쪄 흩으시고
아련히 가시는곳 그 어딘가 보이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내 골방의 커-텐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드리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 다오.

저 십이(十二) 성좌(星座)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森林) 속 그윽한 수녀(修女)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心臟)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沙漠)을 걸어가는 낙타(駱駝) 탄 행상대(行商隊)에게나,
아프리카 녹음(綠陰) 속 활 쏘는 토인(土人)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地球)의 반(半)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 다오.

 

 




항상 앓는 나의 숨껼이 오늘은
해월(海月)처럼 게을러 은빛 물껼에 뜨나니

파초 너의 푸른 옷깃을 들어
이닷 타는 입술을 추겨주렴

그 옛쩍 사라센의 마즈막 날엔
기약없이 흩어진 두날 넋이었어라

젊은 여인들의 잡아 못논 소매끝엔
고은 소금조차 아즉 꿈을 짜는데

먼 성좌와 새로운 꽃들을 볼때마다
잊었던 계절을 몇번 눈우에 그렷느뇨

차라리 천년 뒤 이 가을밤 나와 함께
비ㅅ소리는 얼마나 긴가 재어보자

그리고 새벽하늘 어데 무지개 서면
무지개 밟고 다시 끝없이 헤여지세

 

 




섣달에도 보름께 달 밝은밤
앞 냇강 쨍쨍 얼어 조이던 밤에
내가 부르던 노래는 강건너 갔소

강건너 하늘 끝에 사막도 다은곳
내 노래는 제비같이 날러서 갔소

못잊을 계집애나 집조차 없다기
가기는 갔지만 어린날개 지치면
그만 어느 모래ㅅ불에 떨어져 타 죽겠소

사막은 끝없이 푸른 하늘이 덮여
눈물먹은 별들이 조상오는 밤

밤은 옛일을 무지개보다 곱게 짜내나니
한가락 여기두고 또 한가락 어데멘가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건너 갔소

 

 




목숨이란 마치 깨어진 뱃조각
여기저기 흩어져 마음이 구죽죽한 어촌(漁村)보담 어설프고
삶의 티끌만 오래 묵은 포범(布帆)처럼 달아매었다

남들은 기뻤다는 젊은 날이었건만
밤마다 내 꿈은 서해(西海)를 밀항(密航)하는 쩡크와 같아
소금에 절고 조수(潮水)에 부풀어 올랐다

항상 흐릿한 밤 암초(暗礁)를 벗어나면 태풍(颱風)과 싸워가고
전설(傳說)에 읽어 본 산호도(珊瑚島)는 구경도 못하는
그곳은 남십자성(南十字星)이 비쳐주도 않았다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길래
그리운 지평선(地平線)을 한숨에 기오르면
시궁치는 열대식물(熱帶植物)처럼 발목을 오여 쌌다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이냐
다 삭아빠진 소라 껍질에 나는 붙어 왔다
먼 항구(港口)의 노정(路程)에 흘러간 생활(生活)을 드려다보며

 

 




차듸찬 아침이슬
진주가 빛나는 못가
연꽃 하나 다복히 피고

소년아 네가 낳다니
맑은 넋에 깃드려
박꽃처럼 자랐세라

큰강 목놓아 흘러
여울은 흰 돌쪽마다
소리 석양을 새기고

너는 준마(駿馬) 달리며
죽도(竹刀) 져 곧은 기운을
목숨같이 사랑했거늘

거리를 쫓아 단여도
분수(噴水)있는 풍경속에
동상답게 서봐도 좋다

서풍 뺨을 스치고
하늘 한가 구름 뜨는곳
희고 푸른 지음을 노래하며

그래 가락은 흔들리고
별들 춥다 얼어붙고
너조차 미친들 어떠랴

 

 




운모(雲母)처럼 희고 찬 얼굴
그냥 주검에 물든줄 아나
내 지금 달아래 서서 있네

높대보다 높다란 어깨
얕은 구름쪽 거미줄 가려
파도나 바람을 귀밑에 듣네

갈메긴양 떠도는 심사
어데 하난들 끝간델 아리
으릇한 사념(思念)을 기폭(旗幅)에 흘리네

선창마다 푸른막 치고
초ㅅ불 향수에 찌르르 타면
운하는 밤마다 무지개 지네

박쥐같은 날개나 펴면
아주 흐린날 그림자속에
떠서는 날잖는 사복이 됨세

닭소리나 들리면 가랴
안개 뽀얗게 나리는 새벽
그곳을 가만히 나려서 감세

 

 




내여달리고 저운 마음이련마는
바람 �은듯 다시 명상(瞑想)하는 눈동자

때로 백조를 불러 휘날려보기도 하것만
그만 기슭을 안고 돌아누어 흑흑 느끼는 밤

희미한 별 그림자를 씹어 놓이는 동안
자줏빛 안개 가벼운 명모(暝帽)같이 나려씨운다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

연기는 돛대처럼 내려 항구에 들고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

바람 불고 눈보래 치잖으면 못 살리라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취 소리

숨막힐 마음 속에 어데 강물이 흐르느뇨
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디찬 강 맘에 드리느라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리라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내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이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어느 사막의 나라 유폐(幽閉)된 후궁의 넋이기에
몸과 마음도 아롱져 근심스러워라

칠색 바다를 건너서 와도 그냥 눈동자에
고향의 황혼을 간직해 서럽지 안뇨

사람의 품에 깃들면 등을 굽히는 짓새
산맥을 느낄사록 끝없이 게을너라

그 적은 포효는 어느 조선(祖先)때 유전이길래
마노(瑪瑙)의 노래야 한층 더 잔조우리라

그보다 뜰안에 흰나비 나즉이 날라올땐
한낮의 태양과 튜� 한송이 지컴직하고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 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광명을 배반한 아득한 동굴에서
다 썩은 들보라 무너진 성채 위 너 홀로 돌아 다니는
가엾은 박쥐여! 어둠의 왕자여!
쥐는 너를 버리고 부잣집 고(庫)간으로 도망했고
대붕(大鵬)도 북해로 날아간 지 이미 오래거늘
검은 세기에 상장이 갈갈이 찢어질 긴 동안
비둘기 같은 사랑을 한 번도 속삭여 보지도 못한
가엾은 박쥐여! 고독한 유령이여!

앵무와 함께 종알대어 보지도 못하고
딱따구리처럼 고목을 조아 울리도 못 하거니
만호보다 노란 눈깔은 유전을 원망한들 무엇하랴
서러운 주교(呪交)일사 못 외일 고민의 이빨을 갈며
종족과 홰를 잃어도 갈 곳조차 없는
가엾은 박쥐여! 영원한 <보헤미안>의 넋이여!

제 정열에 못 이겨 타서 죽는 불사조는 아닐망정
공산(空山) 잠긴 달에 울어 새는 두견새 흘리는 피는
그래도 사람의 심금을 흔들어 눈물을 짜내지 않는가!
날카로운 발톱이 암사슴의 연한 간을 노려도 봤을
너의 머-ㄴ 조선(祖先)의 영화롭던 한시절 역사도
이제는 <아이누>의 가계(家系)와도 같이 서러워라
가엾은 박쥐여! 멸망하는 겨레여!

운명의 제단에 가늘게 타는 향불마저 꺼졌거든
그 많은 새짐승에 빌붙일 애교라도 가졌단 말가?
상금조(相琴鳥)처럼 고운 뺨을 채롱에 팔지도 못 하는 너는
한 토막 꿈조차 못 꾸고 다시 동굴로 돌아가거니
가엾은 박쥐여! 검은 화석(化石)의 요정이여!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십이성좌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

꼭 한 개의 별! 아침 날 때 보고 저녁 들 때도 보는 별
우리들과 아-주 친하고 그 중 빛나는 별을 노래하자
아름다운 미래를 꾸며 볼 동방의 큰 별을 가지자

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지구를 갖는 것
아롱진 설움밖에 잃을 것도 없는 낡은 이 땅에서
한 개의 새로운 지구를 차지할 오는 날의 기쁜 노래를
목안에 핏대를 올려가며 마음껏 불러 보자

처녀의 눈동자를 느끼며 돌아가는 군수야업(軍需夜業)의 젊은 동무들
푸른 샘을 그리는 고달픈 사막의 행상대(行商隊)도 마음을 축여라
화전(火田)에 돌을 줍는 백성들도 옥야천리(沃野千里)를 차지하자

다같이 제멋에 알맞는 풍양(豊穰)한 지구의 주재자(主宰者)로
임자 없는 한 개의 별을 가질 노래를 부르자

한 개의 별 한 개의 지구 단단히 다져진 그 땅 위에
모든 생산의 씨를 우리의 손으로 휘뿌려 보자
앵속처럼 찬란한 열매를 거두는 찬연(餐宴)엔
예의에 끄림없는 반취(半醉)의 노래라도 불러 보자

염리한 사람들을 다스리는 신(神)이란 항상 거룩합시니
새 별을 찾아가는 이민들의 그 틈에 안 끼여 갈 테니
새로운 지구엔 단죄 없는 노래를 진주처럼 흩이자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다만 한 개의 별일망정
한 개 또 한 개의 십이성과 모든 별을 노래하자

 

 




어떤 시골이라도 어린애들은 있어 고놈들 꿈결조차 잊지 못할 자랑 속에 피어나 황홀하기 장미빛 바다였다.

밤마다 야광충(夜光 )들의 고운 불 아래 모여서 영화로운 잔치와 쉴새없는 해조(諧調)에 따라 푸른 하늘을 꾀했다는 이야기.

왼 누리의 심장을 거기에 느껴 보겠다고 모든 길과 길들 핏줄같이 엉클여서 역(驛)마다 느릅나무가 늘어서고.

긴 세월이 맴도는 그 판에 고추 먹고 뱅-뱅 찔레먹고 뱅-뱅 넘어지면 <맘모스>의 해골(骸骨)처럼 흐르는 인광(燐光) 길다랗게.

개아미 마치 개아미다 젊은 놈들 겁이 잔뜩 나 참아 참아 하는 마음은 널 원망에 비겨 잊을 것이었다 깍쟁이.

언제나 여름이 오면 황혼의 이 뿔따귀 저 뿔따귀에 한 줄씩 걸쳐매고 짐짓 창공에 노려대는 거미집이다 텅 비인.

제발 바람이 세차게 불거든 케케묵은 먼지를 눈보래 마냥 날려라 녹아 내리면 개천에 고놈 살무사들 승천을 할는지.

 

 





이른 아침 골목 길을 미나리 장수가 길게 외고 갑니다
할머니의 흐린 동자(瞳子)는 무엇을 달리시는지
아마도 ×에 간 맏아들의 입맛을 그려나 보나 봐요


시냇가 버드나무 이따금 흐느적거립니다
표모(漂母)의 방망이 소린 왜 저리 모날까요
쨍쨍한 이 볕살에 누더기만 빨기는 짜증이 난 게죠


빌딩의 피뢰침에 아지랭이 걸려서 헐덕거립니다
돌아온 제비떼 포사선(抛射線)을 그리며 날려 재재거리는 건
깃들인 옛집터를 찾아 못 찾는 괴롬 같구려

 

 




넌 제왕(帝王)에 길들인 교룡(蛟龍)
화석되는 마음에 이끼가 끼여

승천(昇天)하는 꿈을 길러 준 열수
목이 째지라 울어예가도

저녁 놀빛을 걷어올리고
어데 비바람 있음즉도 안 해라.

 

 




물새 발톱은 바다를 할퀴고
바다는 바람에 입김을 분다.
여기 바다의 은총이 잠자고 있다.

흰 돛은 바다를 칼질하고
바다는 하늘을 간질여 본다.
여기 바다의 아량(雅量)이 간직여 있다.

낡은 그물을 바다를 얽고
바다는 대륙을 푸른 보로 싼다.
여기 바다의 음모(陰謀)가 서리어 있다.

 

 




동방(洞房)을 찾아드는 신부(新婦)의 발자취같이
조심스리 걸어오는 고이한 소리!
해조(海潮)의 소리는 네모진 내 들창을 열다.
이 밤에 나를 부르는 이 없으련만?

남생이 등같이 외로운 이 서-ㅁ 밤을
싸고 오는 소리! 고이한 침략자여!
내 보고(寶庫)를, 문을 흔드는 건 그 누군고?
영주(領主)인 나의 한 마디 허락도 없이.

<코-가사스> 평원을 달리는 말굽 소리보다
한층 요란한 소리! 고이한 약탈자여!
내 정열밖에 너들에 뺏길 게 무엇이료.
가난한 귀향살이 손님은 파려하다.

올 때는 왜 그리 호기롭게 몰려 와서
너들의 숨결이 밀수자(密輸者)같이 헐데느냐.
오- 그것은 나에게 호소하는 말 못할 울분인가?
내 고성(古城)엔 밤이 무겁게 깊어가는데.

쇠줄에 끌려 걷는 수인들의 무거운 발소리!
옛날의 기억을 아롱지게 수놓는 고이한 소리!
해방을 약속하던 그날 밤의 음모(陰謀)를
먼동이 트기 전 또다시 속삭여 보렴인가?

검은 벨을 쓰고 오는 젊은 여승들의 부르짓음
고이한 소리! 발밑을 지나며 흑흑 느끼는 건
어느 사원을 탈주해 온 어여쁜 청춘의 반역인고?
시들었던 내 항분도 해조처럼 부풀어 오르는 이 밤에

이 밤에 날 부를 이 업거늘! 고이한 소리!
광야(廣野)를 울리는 불 맞은 사자의 신음인가?
오 소리는 장엄한 네 생애의 마지막 포효!
내 고도(孤島)의 매태 낀 성곽을 깨뜨려 다오!

산실(産室)을 새어나는 분만의 큰 괴로움!
한밤에 찾아올 귀여운 손님을 맞이하자.
소리! 고이한 소리! 지축(地軸)이 메지게 달려와
고요한 섬 밤을 지새게 하는고녀.

거인의 탄생을 축복하는 노래의 합주!
하늘에 사무치는 거룩한 기쁨의 소리!
해조는 가을을 불러 내 가슴을 어루만지며
잠드는 넋을 부르다. 오- 해조! 해조의 소리!

 

 




서리 빛을 함북 띄고
하늘 끝없이 푸른 데서 왔다.
강바닥에 깔여 있다가
갈대꽃 하얀우를 스처서
장사(壯士)의 큰 칼집에 숨여서는
귀향가는 손의 돋대도 불어주고
젊은 과부의 뺨도 히든날
대밭에 벌레소릴 갓구어놋코.
회한(悔恨)을 사시나무 잎처럼 흔드는
네오면 불길할 것 같어 좋와라

 

 




한낮은 햇발이
백공작(百孔雀) 꼬리 위에 함북 퍼지고

그넘에 비둘기 보리밭에 두고 온
사랑이 그립다고 근심스레 코고을며

해오래비 청춘을 불가에 흘려 보냈다고
쭈그리고 앉아 비를 부르건마는

흰 오리 떼만 분주히 미끼를 찾아
자무락질치는 소리 약간 들리고

언덕은 잔디밭 파라솔 돌리는 이국소녀(異國少女) 둘
해당화 같은 뺨을 돌려 망향가(望鄕歌)도 부른다


 




구겨진 하늘은 묵은 얘기책을 편 듯
돌담울이 고성(古城)같이 둘러싼 산기슭
박쥐 나래 밑에 황혼이 묻혀오면
초가 집집마다 호롱불이 켜지고
고향을 그린 묵화 한 폭 좀이 쳐.

띄엄띄엄 보이는 그림 조각은
앞밭에 보리밭에 말매나물 캐러 간
가시내는 가시내와 종달새 소리에 반해
빈 바구니 차고 오긴 너무도 부끄러워
술레짠 두 뺨 위에 모매꽃이 피었고.

그네 줄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더니
앞내강에 씨레나무 밀려나리면
젊은이는 젊은이와 뗏목을 타고
돈 벌러 항구로 흘러 간 몇 달에
서릿발 잎져도 못 오면 바람이 분다.

피로 가꾼 이삭에 참새로 날아가고
곰처럼 어린 놈이 북극(北極)을 꿈꾸는데
늙은이는 늙은이와 싸우는 입김도

벽에 서려 성애 끼는 한겨울 밤은
동리의 밀고자인 강물조차 얼붙는다.

 







하늘이 높기도 하다
고무 풍선 같은 첫겨울 달을
누구의 입김으로 불어 올렸는지?
그도 반넘어 서쪽에 기울어졌다

행랑 뒷골목 호젓한 상술집엔
팔려 온 냉해지(冷害地) 처녀를 둘러싸고
대학생의 지질숙한 눈초리가
사상선도(思想善導)의 염탐꾼 밑에 떨고 있다

라디오의 수양강화(修養講話)가 끝이 났는지?
마-장 구락부(俱樂部) 문간은 하품을 치고
빌딩 돌담에 꿈을 그리는 거지새끼만
이 도시의 양심을 지키나 보다

바람은 밤을 집어삼키고
아득한 가스 속을 흘러서 가니
거리의 주인공인 해태의 눈깔은
언제나 말갛게 푸르러 오노

 

 




분명 라이플 선(線)을 튕겨서 올라
그냥 화화(火華)처럼 살아서 곱고
오랜 나달 연초(煙硝)에 끄스른
얼굴을 가리션 슬픈 공작선(孔雀扇)
거칠은 해협(海峽)마다 흘긴 눈초리
항상 요충지대(要衝地帶)를 노려가다.

 

 




술기운과 시정(詩情)이 다 한창인데
북두성은 돌고 달은 난간에 가득하다
하늘 끝 만리 뜻을 아는 이 있으니
오랜 돌 맑은 안개가 나로 하여금 차게 하더라

 

 




천석(泉石) 좋은 곳을 택하여
서로 즐겨서 서울에 같이 있더라
술잔을 드니 마음이 큰 것을 자랑하고
해가 다 지도록 높은 곳에 올랐더라
산이 깊으니 새의 지껄임이 차고
시(詩)를 이무래 밤빛이 푸르러라
돌아가는 배가 왜 이리 급한가
별과 달이 천지에 가득하다

 

 




천수가 이 늙은이에게 육순이 되었으니
맑은 얼굴에 흰 머리 앉음새가 새로워라
지내온 한 세상 느낌이 많을 텐데
멀리 고향산이 꿈에 자주 오더라

 

 





흩으러진 갈기
후줄근한 눈
밤송이 같은 털
오! 먼 길에 지친

수굿한 목통
축 처진 꼬리
서리에 번쩍이는 네 굽
오! 구름을 헤치려는 말
새해에 소리칠 흰 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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